목 차

Home  정각도량   

 

종교인으로서의 기본행동

박재성/ 불교도 연합회 회장(불교학과 4학년)

 


불기 2545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01학번의 새내기가 입학하여 온방골 캠퍼스 내에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여기 저기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서로 이야기하고 깔깔 웃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또한 수없이 붙어 있는 대자보에 적힌 각 학생회의 행사들이 모두 학교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 이러한 캠퍼스의 모습들이 새내기에게 어떠한 눈으로 비칠까? 나는 가끔 생각해 본다. 좋은 모습도 있을 것이고, 나쁜 모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기초의 모습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꼭 하나있다. 종립 동국대학교 내에서의 타종교인들의 활동이다. 매년 어김없이 겪어야 하는 모습들이다.

신입생들에게 입학식 날 부푼 기대와 여러 꿈을 가지고 들어설 캠퍼스 정문에 학교 선배라고 칭하면서 “설문지 좀 작성해 주세요.”라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설문지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종교가 무엇인지, 주소나 전화번호와 같은 연락처를 꼭 기입하도록 한다. 그러면 며칠 뒤 집으로 우편물이 발송된다. 교회에서 나오는 회보와 교리가 적혀있는 전단지 등이 그 내용이다.

또, 학기초가 되면 어김없이 붙어 있는 대자보 속에서 낯선 글들을 보게 된다. 여러 타종교에서 새내기들을 모으기 위한 내용으로 알 수 없는 이니셜(CCC, SFC, UBF, DFC, 증산도, 대한성경 연구회)들이다.

과연 여기가 불교 종립학교가 맞는지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마 신입생 중 동국대학교가 불교 종립학교인 것을 모르고 오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물론 재학생 또한 모르는 학생이 없을 것이다.

여기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이며, 신라 불교 문화가 살아있는 성지이다. 동국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옛 신라시대의 사찰이 자리하고 있던 곳이었다. 그러니 여기가 불교성지임은 당연한 것이다. 캠퍼스 안에는 법당이 여러 곳에 모셔져 있다. 정각원, 석림원 법당, 기숙사 법당을 비롯하여 각 건물 교학과 및 사무실과 학생회 몇몇 곳에도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만약 이러한 불교의 성지에서 집회를 보거나 예배를 본다고 한다는 것은 우리들의 안방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동안 훼불 사건은 얼마나 많았던가? 최근의 예를 들자면 작년에 서울 캠퍼스에서 발생한 불상에 십자가를 그리는 훼불, 89년 도서관에 있던 정각원 방화 전소사건, 92년 현 위치로 이동한 정각원의 선실을 다시 방화하는 사건, 93년 정각원 법당 방화미수, 95년 기숙사 법당 방화미수, 95년 정각원 앞 차량방화, 96년 국기 게양대 아래의 卍자를 십자가로 바꾸는 사건 등 여러 차례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그러한 만행을 저지르는 자들은 자기가 믿는 종교가 소중하고 귀하다면 왜 다른 종교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타종교를 배타적으로 생각하거나, 무작정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한 명의 종교인으로 생각하건대, 종교인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국대학교 안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스님들이 계신다. 즉 삼보가 계시는 곳이고 삼보를 모시고 있는 일반 학생들이 있다.(물론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즉 여기는 불교의 성지인 곳으로 전체가 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법당에서 타종교 활동은 종교인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종교인들이 교내에서 전단지와 설문지를 작성하여 일반학우 동참을 유도하고 녹야원과 강의실에서 전도활동을 하고 있으며, 요즘은 노천 강당이나 모 대학 건물에서는 선배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불교도로서 우리의 성지와 자존심인 동국대학교를 지켜야 한다. 우리의 성지마저 타종교인의 집회나 예배의 장소가 된다면 종립 동국대학교의 위상과 건학 이념 구현에 위배되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기본적인 것 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포교활동을 제대로 하며, 무엇으로 학우 불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나는 한 명의 불교인으로서 동국대학교에서 타종교 활동을 하는 모든 이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렇지만 어느 조직사회에서든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으며, 서로의 종교는 존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각자의 종교 활동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같은 종교인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Copyright(c) 1997-2001 Jungga
kwon All Right Reserved.
junggakwon@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