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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기도

이법산 스님/ 서울 정각원장

 


참회(懺悔)는 뉘우친다는 뜻이다. 뉘우침은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살핀다는 의미이다. 살펴보고 잘못이 있다면 고치고 나서 좋은 것은 남에게 되돌려 회향으로 베풀어주어 모두를 기쁘게 하는 기도를 말한다.

단어를 그대로 풀어보면, 참(懺)은 과거에 잘못됨이 있는가를 잘 살펴보고 잘못된 것을 뉘우치고, 회(悔)는 미래에는 다시 잘못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기도가 바로 참회 기도이다.

참회 기도의 형식은 절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절을 108배 하면 108참회, 1,080배, 혹은 3,000배, 또는 1만 배나 10만 배를 하는 등, 간절히 절을 하면서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을 참회 기도라고 한다.

절을 할 때는 5체가 땅에 닿아야 한다는 뜻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를 원칙으로 한다.

이마와 두 팔꿈치, 두 무릎을 모두 땅에 닿게 하는 절을 오체투지라고 한다. 땅바닥은 발에 닿는 가장 낮은 평면이다. 이 평면에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가지런히 닿게 하는 것은 높은 것을 낮은 것으로 평등하게 더불어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높은 것을 낮은 것으로 평등하게 하여 더불어 한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으로 이는 아만과 자존심을 꺾어 상대방의 수준에 함께 하는 것이다.

높은 사람, 있는 사람이 낮고 없는 사람과 더불어 해야 즐거운 사람이 많고 세상이 편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언제나 불평은 낮은 데서 시작된다. 인간적인 천시 때문이다. 권력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은 있는 사람에 대하여 존경심보다는 시기와 질투하는 생각이 먼저 나고, 반면에 권력이나 재산이 높고 많은 사람은 낮고 없는 사람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수가 종종 있다.

이것은 쌍방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아만 때문이며, 욕심과 아만은 지혜로운 자에게는 쓸모가 없는 물건으로, 이로 인하여 결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오체투지의 절을 하여 온몸을 땅에 던진다는 상징은 하늘 끝까지 뻗친 아만심을 땅에 버리고, 욕망으로 가득한 번뇌망상의 쓸데없는 생각을 완전히 싹― 비우는 것이다. 그야말로 빈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본 마음은 맑고 밝고 깨끗한 것이다. 그 본 마음에 비쳐지고 담겨지는 것은 분명한 판단과 무한한 활용으로 항상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삶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므로 참회 기도는 참된 삶을 제공해 주고 스스로 마음의 잡됨을 정갈히 비워서 올바른 미래를 현실 긍정적 삶으로 운용할 수 있는 참으로 보람있는 신앙행위다.

절을 할 때는 숫자만 채우려고 그저 허리만 굽히고 가볍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을 우러러보며 1배 1배 정성껏 절을 하는데, 공손히 합장을 하고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으며 엎드리는 자세가 정중하고 정성스러워야 한다.

마음에는 부처님이나 어떤 보살의 모습을 염하거나 불보살의 명호를 염송하고, 또는 진언이나 주문을 외우면서 하는 것이 마음의 잡념이 일어나지 않아 마음이 밝아지며, 몸도 피로를 덜 느끼게 된다.

물론 절을 하면서 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여러 생각 온갖 사물들이 거쳐가는 동안 한 생각을 돌이키고, 또 돌이켜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일념의 정진은 점점 시간을 더하면서 숙달되어 염원이 순일하여 마음이 푹 익으면 곧 편안해질 것이다.

절을 할 때 108 참회문을 읽으며 할 수도 있으나, 108 염주를 들고 한번 절을 하고 염주 하나를 넘기면서 염송을 해도 된다.

오직 절을 많이 하는 것만이 좋은 줄로 알고 자기 몸에 무리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습관이 된 사람은 하루에 몇 천 배도 할 수 있지만, 신체적 능력이 가능한 정도로까지만 차차 늘려가거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절을 하면서 하는 참회 기도는 여럿이 같이 하면 힘이 훨씬 덜 들고 운력이 되어 피로를 덜 오게 된다. 모든 것은 스스로 택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성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참회 기도는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잡념이 없어지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참으로 좋은 기도이다.

백팔대참회문에 보면 마음에 닿는 부분이 많고 느껴지면서 돌이켜 뉘우치게 된다.

“저희들의 지난날을 생각하오면 이생으로 저생으로 그 민생으로 시작 없는 옛적부터 내려오면서 가지가지 지은 죄가 한이 없으니 제 스스로 혼자서 짓기도 하고 다른 이름 시켜서 짓게도 하며, 남이 하는 나쁜 짓을 좋아하였고…”

죄라는 것은 누구나 죄를 의식하고 짓는 자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죄를 지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는데도 지나고 보면 죄라고 의식되거나,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참회란 이렇게 자신이 알게 모르게 지은 모든 죄업을 소멸하고자 하는 신앙 행위를 말한다.

“죄의 자성 본래 없이 마음 따라 일어난 것,

 마음 한번 없어지면 죄업 또한 사라지네.

 죄도 업도 없어지고 마음 함께 공하여야

 이것을 이름하여 진실한  참회라네.”

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時罪亦亡  

罪亡心滅兩俱空    是則名爲眞懺悔

참회는 곧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참회가 없이 성불은 있을 수 없다. 중생의 마음에 있는 모든 번뇌망상을 털고 씻어내는 작업이 참회기도이다. 참회 기도를 잘만 하면 모든 업장이 녹아 없어져 밝고 맑은 마음의 본성이 드러나 모든 속박에서 떠나 해탈하여 대 자유를 성취하고 여의주(如意珠)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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