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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세요

장계환 스님/ 불교학과 교수

 


저는 동국대학교에 와서 “자아와 명상”이라는 과목을 이수하면서 명상하는 시간도 좋지만, 끝날 때 합장을 하고서 ‘성불하세요’라고 하는 인사법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에게 자랑을 했더니 “원래부터 부처라면서 새삼스레 성불하라는 말은 모순이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친구의 말이 야속하기는 하나 어찌 보면 맞는 것 같이도 느껴지는데 잘못인지 여쭈어봅니다.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 하상미


여러 친구 가운데 항상 자신을 탁마(琢磨)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불교는 새로움을 지향하면서도 옛것을 지키는 데 게으르지 않는 종교입니다. 왜냐하면 불교의 합장 인사법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합장은 원래 인도인들의 전통적인 인사법이었는데 이를 불교에서 수용한 것이지요. 이러한 점에서도 자기 것만을 고집하지 않는 불교의 탄력성과 포용성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합장이 지니는 뜻은 흐트러진 내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나와 당신이 평등하게 진리 위에서 똑같은 생명임을 표현하는 인사법입니다. 모든 인사법이 상대방에 대한 친근감과 존경심을 내포하고 있겠지만 불교의 인사법만큼 철저하게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인사법도 드물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서 ‘성불하세요’ 하는 말을 주고받으면 그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남이 아니게 되어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남이 아닌 입장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은 바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 그리고 자비심일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불자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부처님, 바로 그 분과 ‘똑같이 되십시오’라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불성(佛性:깨달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질문하신 것처럼 원래부터 부처님이라고 한다면 굳이 성불하라고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커다란 광맥이 있다고 했을 때, 광맥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채석을 한 후 용광로에 넣어 제련을 하였을 때 비로소 금이 만들어지고 여러 가지 모양의 귀금속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이와 같이 우리에게 아무리 부처님이 될 수 있는 불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개발하는 최소한의 노력(정진)은 역시 자기 자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불하세요’라는 인사를 통하여 서로가 서로를 탁마하고 불성에 하루속히 ‘눈뜨십시오’ 하고 각성시켜 주는 것입니다. 때로는 ‘부처님 같은 마음으로 수행을 쌓으십시오’라는 말이 생략된 셈이지요. 참으로 고맙고 멋진 인사법이 아닙니까. 상미 양! 앞으로도 계속 합장 인사법을 지켜나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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