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6월호 / 통권 56호 / 불기 2544(2000)년 6월 1일 발행

정법염처경 / 이만 불교학과 교수

이 『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은 모두 70권으로 되어 있으며, 6세기 중엽에 구담(瞿曇) 반야류지(般若流支)가 한역했다고 한다. 반야류지는 증인도 바라문 출신으로서 낙양에 와서 많은 경론을 번역한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경전의 서두에 보면, 한 외도가 신·구·의 3업에 대해서 갓 출가한 비구들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비구들은 아직 불법을 잘 알지 못하므로 외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그냥 돌아오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사리불이 그 비구들을 부처님 앞으로 데려가 설법을 듣게 했는데, 이것이 바로 『정법염처경』의 내용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경전은 정법을 어떻게 배우고 수지할 것인가를 설하고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은 『장아함경』의 18권에서 22권에 이르는 「세기경」과 『증일아함경』 제36권의 지옥, 그리고 『잡아함경』 제19권의 아귀, 제40권에 보이는 제석천과 아수라에 관한 내용들을 보다 체계화하고 조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전은 십선업도품(十善業道品), 생사품(生死品), 지옥품(地獄品), 아귀품(餓鬼品), 축생품(畜生品), 관천품(觀天品) 및 신념처품(身念處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내용으로는 선업으로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이 더 없는 법문이라는 것과 함께 지옥, 아귀, 축생 및 천상 등 모든 것에 관해서 설법하고 있다.

먼저 신·구·의 3업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는 열 가지의 불선업과 그 업보를 설하고, 업보에 대한 외도의 가르침과 상이한 점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3업 중에서도 의업을 가장 무겁게 다루고 있다. 다음으로 정관사유(正觀思惟)로 지혜의 빛을 얻음으로서 생사에서 해탈하는 도리를 설하고, 이어서 지옥을 일곱으로 나누어서 그 죄업의 무서움을 드러내고 있다. 즉 그것은 활지옥(活地獄), 흑승지옥(黑繩地獄), 합지옥(合地獄), 규환지옥(叫喚地獄),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 초열지옥(焦熱地獄) 및 대초열지옥(大焦熱地獄) 등이다. 여기에서 무간지옥(無間地獄)을 합하여 8열(八熱) 지옥이라고도 한다. 다시 이것을 나누어 지옥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인연과 그 업보, 그리고 지옥고의 참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그러한 업보에 따르는 36종의 아귀로서 받는 과보의 상황을 설명하고, 무량한 축생과 해룡과 아수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살생을 한 자는 활지옥에 떨어지고, 살생과 도둑질을 한자는 흑승지옥에 떨어지며, 살생과 도둑질, 그리고 사음을 행한 자는 합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규환지옥은 주로 음주를 한 과보와 연관되어 있는 지옥으로 특히 계율을 잘 지킨 사람에게 술을 권하여 파계하게 하고, 불도를 닦는 비구에게 술을 권하여 정신을 흐리게 하거나 비구들을 초청하여 술자리를 벌였던 자가 떨어지는 지옥이며, 대규환지옥은 여러 가지 죄와 아울러 특히 거짓말을 많이 한 자가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라고 한다. 그리고 초열지옥은 불법을 비방하고 삿된 소견을 가진 외도들이 주로 떨어지는 곳인데, 이 죄는 죄 중에서도 무거운 것에 속하기 때문에 그 응보가 임종 직전에 이미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눈 앞에 커다란 맹수가 나타난 모습을 보고 헛소리를 내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면서 이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정한 비구니를 욕보이거나 비구를 유혹해서 파계하게 만든 자는 대초열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무간지옥으로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고도 하며, 이미 앞에서 말한 7대 지옥과 그에 속한 모든 고통의 1천 배나 되는 무시무시한 지옥이라고 한다. 이 지옥에 떨어지는 이는 주로 5역죄를 지은 자로서 5역죄란 아버지나 어머니를 죽이거나 부처님의 몸에서 피가 나게 한 짓, 아라한을 죽인 죄, 그리고 승가의 화합을 파괴한 행위를 말한다. 또한 부처님을 비방하거나 불법이 아닌 것을 불법이라 하고, 절이나 불상을 태우고, 승가의 소유물이나 식량을 태웠거나 부처님에게 바쳐진 재물을 마음대로 쓰고, 일단 시주한 물건을 되찾아 가는 경우와 비구들의 음식을 훔쳐 먹은 경우에도 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이 경전에서는 사천왕, 33천 및 야마천에 있어서 과보의 오묘함을 그 계차(階次)에 따라 설하고, 나아가서 몸과 마음이 마땅히 머물러 닦아야 할 법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전의 성립에 대한 자료는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약간 발견될 뿐이다. 즉 『대지도론』 16권에 8대지옥과 16소지옥이 설해져 있는데, 대체로 8염지옥(八炎地獄)과 8한빙지옥(八寒氷地獄)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대지도론』에 나와 있는 지옥에 관한 묘사는 너무 간결하고 고어투여서 여기에서와 같은 풍부함과 발랄함이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일부분이 일치한다고 해서 『대지도론』이 반드시 이 경전에서 그 소재를 가져왔다고는 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8염지옥, 8한빙지옥 내지는 철자림지옥 등에 관한 기술은 『대비바사론』(172권)에 있고, 『아함경』 19권과 『증일아함경』 36권에 의지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지도론이나 비바사론의 내용은 그 이전에 성립된 어느 경전의 것을 전승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어쨌든 이 경전은 소승경전이라고 불리는 것 중에서도 6도상(六道相)을 그린 가장 방대한 것이며, 내용에 있어서도 완벽한 경전이다. 그러므로 용수가 『대지도론』을 쓰기 이전에 성립되었다면,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의 사상이 지도론 속에 나타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앞서 말한 바와 같으므로 이 경전의 성립은 적어도 용수의 지도론 보다 이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도론에 의해 이 경전의 성립연대를 추정한다면, 그것은 대략 4세기의 초부터 5세기의 중반에 걸친 때라고 볼 수 있으며, 이 기간은 또한 한역되기 직전의 시기에 해당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불교의 6도 윤회관을 자세하게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 경전을 정독하면 유용할 것이며, 부처님은 이 경전을 통해 3업의 과보가 어떠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권선징악을 다른 경전보다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특히 유명한 지옥품의 무시무시한 장면묘사는 불교회화 중 지옥도의 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 『정법염처경』의 사상적인 입장은 대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일관된 중심사상은 유심창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구성에 있어서는 지옥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현실생활을 보다 진실 되게 하기 위한 윤리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현대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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