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6월호 / 통권 56호 / 불기 2544(2000)년 6월 1일 발행

지장기도 / 이법산 스님 서울캠퍼스 정각원장

지장보살(地藏菩薩) 기도는 업장소멸(業障消滅)하고 복덕증장(福德增長)하는 참으로 현실적 수행정진이다. 지장보살을 평소 많이 부르고 마음에 새기면 반드시 어두운 마음의 죄업이 사라지고 밝고 훈훈한 복과 덕이 얼굴을 맑고 밝게 해주어 보는 사람 만나는 모든 이가 반가워하고 기뻐하게 된다. 삶이 고통스럽고 머리가 영리하지 못한 것도 모두가 다 나쁜 습관인 업장 때문이다.

업장을 녹여버리면 머리가 맑아서 공부도 잘하고 생각이 분명하여 일에 판단이 올바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거나 실수가 없다. 업장이 두터우면 생각이 멍청하고 머리가 둔탁하여 하는 일마다 실수가 연발하여 괴로운 마음으로 생활이 괴로워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지장기도를 하고,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괴로울 때도 지장기도를 하여 업장을 녹여버리면 마음과 몸이 가뿐하게 되어 삶이 참되고 행복해질 것이다.

지장보살은 왼손에 마니주(摩尼珠)를 갖고 오른손에 육환장(六環杖)을 들고 있는 자비로운 스님의 모습이다. 마니주는 여의주(如意珠)라고도 하며 지혜를 상징한다. 이 여의주는 누구에게나 유익함을 주고 무엇이나 염원하는 일을 성취 할 수 있다는 뜻이며, 마니주는 어떤 상대이든 접촉함에 따라 변화하며 그 상대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해 주는 보배 구슬이라는 의미이다.

육환장은 고리가 여섯개 달린 지팡이다. 이 지팡이는 지혜의 칼(慧劍)이라고 하며 육적(六賊)을 다스리며 육도행(六度行)을 실천한다는 상징이다. 육적이란 눈(眼)·귀(耳)·혀(舌)·몸(身)·의(意) 등 육근(六根)이 상대하는 형색(色)·소리(聲)·향기(香)·맛(味)·촉감(觸)·법(法) 등 육경(六境)을 가르키며, 이 여섯 가지 경계를 통하여 마음을 어지럽히고 유혹하여 본래 깨끗한 마음을 어둡게 물들여 어리석은 죄업을 짖게 되고, 그 죄업으로 고통스런 과보를 받게 되기 때문에 이 육경인 육적을 잘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육도행은 대승보살의 6가지 바라밀행이니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말하며 이 보살의 실천행을 통하여 모든 생명들과 함께 성불의 길로 나아감을 뜻한다. 지장보살님이 가진 마니주는 본체적(本體的) 지혜를 뜻하며, 육환장은 묘용적(妙用的) 실천을 상징한다. 지장보살님께 열심히 기도하면 이 체용(體用)을 채득하여 업장이 소멸하고 복덕이 증장될 것이다.

지장보살님이 모셔진 지장전(地藏殿) 법당은 명부전(冥府殿) 혹은 덕왕전(德王殿)이라고도 한다. 지장전에는 저승에 가서 심판받을 명부시왕(冥府十王)을 모셨기 때문이며, 지장전에 기도하면 복덕을 증장시킨다는 의미에서 덕왕전이라고도 한다.

지장보살 기도는 다른 기도와 같이 천수경을 하고 공양을 올리고 지장보살 정근(精勤)을 하고 축원하는 등의 절차는 거의 같다. 갖추어 하자면 지장예참(地藏禮懺)을 하며 160번의 절을 한다. 「나무남방화주(南無南方化主) 대원본존(大願本尊) 지장보살(地藏菩薩)」하고는 「지장보살」명호를 입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참구(參究)한다. 지장보살을 첨앙(瞻仰)하거나 마음속에 새기며 잡념이 들거나 졸음이 와서 잊으면 안되게 마음과 입이 하나가 되어 정성껏 「지장보살」을 백번·천번·만번 시간과 힘자라는 대로 찾아야 한다.
정근(精勤)이 끝날때는 지장보살 멸정업진언(滅淨業眞言)-옴 바라 마니 다니 사바하-를 3·7편 한다.

다음은 게송(偈頌)을 염송한다
지장대승위신력(地藏大乘威神力)  항하사겁설난진(恒河沙劫說難盡)
견문첨례일염간(見聞瞻禮一念間)  이익인천무량사(利益人天無量事)
고아일심귀명정례(故我一心歸命頂禮)
지장보살의 위의와 신통력은, 항하사겁에도 다 말할 수 없네,
보고 듣고 우러러 예배하는 한 생각에, 세상의 모든 일을 이익하게 하시네.
그러므로 나는 한 마음 목숨바쳐 예배합니다.

그리고 ‘원멸사생육도법계, 유정다겁생래제업장, 아금참회게수례, 원제제장실소제, 세세상행보살도’ 하며 세 번 절하고,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 하고 다음은 축원(祝願)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 기도는 생축(生祝) 즉 살아있는 사람 축원부터 먼저하고, 돌아가신 부모 친척과 유주무주(有主無主)의 외로운 영가(靈駕)들의 축원을 다음에 하지만, 지장기도 축원은 영가 축원을 먼저하고 생축은 다음에 하는 것이 상례이다.

또 지장기도를 3일, 7일, 21일, 49일, 100일 등으로 하고는 회향할 때 대부분 영가 천도시식을 한다. 이 지장기도는 산사람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위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돌아가신 영혼을 위로하여 보이지 않는 느낌의 세계인 명부(冥府)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나와 인연 있는 모든 영혼과 이세상의 모든 영혼이 극락왕생 할 때, 다시 말하면 보이지 않는 모든 세계가 편안하고 즐거울 때 현실의 세계도 당연히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영혼의 세계는 곧 마음의 세계이다. 마음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마음의 본체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모든 영혼의 업장을 내가 지장보살님께 기도하여 소멸시켜 그들이 편안할 때 나의 마음은 자연히 고요하여 지혜로워지고 모든 망상과 괴로움이 사라진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지장기도를 많이 하면 병고와 근심이 사라진다고 한 의미가 바로 이러한 이치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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