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6월호 / 통권 56호 / 불기 2544(2000)년 6월 1일 발행

直指人心의 禪法 / 정성본 스님 경주캠퍼스 정각원장

 『조당집』 제2권 보리달마전에 처음 혜가가 달마를 찾아가서 安心法門을 청한 선문답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혜가가 “화상께서는 저의 마음을 安心시켜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달마대사가 대답했다. “마음을 가져 오너라. 편안케 해 주리라.”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찾아지면 어찌 그것이 너의 마음이겠느냐? 벌써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 주었다. 그대가 지금 편안한 그 마음을 보(깨달)았는가?” 혜가는 言下에 깨달았다. 그리고 달마대사께 사뢰었다.
“오늘에야 모든 법이 본래부터 공적하고, 오늘에야 菩提가 멀리 있지 않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살은 생각을 움직이지 않고 반야의 바다에 이르며, 생각을 움직이지 않고 열반의 언덕에 오릅니다.” 달마대사가 말했다. “그렇지 그렇고 말고.”
달마와 혜가의 安心法門은 달마의 어록으로 전하고 있는 돈황본 『이입사행론』과 황벽의 『완릉록』에도 전하고 있는데, 사실 달마와 혜가의 새로운 선법인 안심문답이 있었기 때문에 달마가 중국선종의 초조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혜가가 달마에게 “저의 마음이 불안합니다. 저의 마음을 安心시켜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자, 달마는 곧장 “그대의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 오너라! 내가 당장 그대를 위해 안심시켜 주겠다.”라고 다그치고 있다.
혜가는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달마는 혜가가 「마음을 찾을 수가 없다(不可得)는 사실」과, 또 「그 어디에서도 불안한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혜가에게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혜가의 질문에 矛盾이 있음을 지적하려고 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불안이 없는 혜가의 마음 그 자체를 모두 다 들어내도록 한 것이다.

安心의 安은 安置하는 것이며 있어야 할 그곳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달마는 혜가의 불가득한 마음 그 자체를 눈앞에 安置해 두도록 한 것이며, 가장 구체적으로 혜가를 안심시킨 것이다. 그것은 달마가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 주었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가 그대를 안심시키는 일을 마쳤다고 하고 있다.

달마의 이와같은 접화수단은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서 깨닫게 하는 直指人心의 교화 수단인 것이다. 임제가 「사람을 깨닫게 하는 뛰어난 교화 수단(出人底路)」 이라고 말한 것처럼, 달마는 이러한 直指人心 見性成佛의 교화 방법을 중국불교에 최초로 펼친 선승이다.

중국불교의 역사를 통해서 스승이 제자를 直指人心 見性成佛하게 하는 직접적인 교화 방법을 펼친 사람은 달마 이전에는 없었다. 그래서 달마를 중국선종의 초조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마경』이나 대승경전에는 한결같이 「煩惱가 그대로 菩提」나 「生死가 그대로 涅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불안한 그 마음이 그대로 안심의 마음」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즉 「번뇌를 끊지 않고 열반의 경지에 든다」라는 사상은 대승불교의 기본 정신이다.

중국 민족이 불교에 관심을 갖은 것은 이러한 대승불교의 정신을 표현한 구절을 접촉하게 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중국 선종은 이러한 대승불교의 정신을 현실 긍정의 입장에서 일상생활의 종교로 펼치게 된 것이다.

『續高僧傳』 16권 혜가전에 의하면, 혜가는 40살이 되기까지 老莊의 사상과 대승불교의 경전을 배웠다고 전하고 있는 것처럼, 그가 달마를 만나기 전에 이미 이러한 대승불교의 정신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혜가는 「번뇌를 끊지 않고 열반의 경지를 체득」하는 사상 그 자체를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확실히 체득하여 틀림없이 확립하는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알지 못했다.

불법의 본질을 직접 자신의 눈앞에서 노크하여 곧바로 출현하도록 하는 그 방법은 아직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혜가가 달마를 찾아가서 안심문답을 통하여 자신의 불안한 그 마음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불안한 그 마음이 그대로 자신의 편안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제시해 준 달마의 直指人心의 교화법으로 본래의 안심을 체득하게 된 그 사실이다.

사실 『金剛經』에서 주장하는 대승불교 사상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는 無住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의 실천을 통해서 머무름이 없는 無住心을 수없이 강조는 하고 있지만, 어떻게 실천해야 무주심을 체득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 『유마경』의 不二法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달마가 중국에 최초로 전한 직지인심의 교화방법은 이러한 대승불교의 실천정신인 무주심과 불이법문을 혜가가 직접 자신의 눈앞에서 구체적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선종은 대승불교의 사상을 각자의 일상생활 그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도록 제시하는 생활 종교로 정착할 수 있게 된 것도 달마로부터 비롯된 直指人心 見性成佛의 교화방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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