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6월호 / 통권 56호 / 불기 2544(2000)년 6월 1일 발행
보현보살의 원력과 수행/ 慧南 큰스님

약력

일본 대정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해인사 승가대학 강주 역임
현 법주사 승가대학 강주
현 중앙승가대학 교수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여러분에게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 주려는 것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목을 「보현보살의 원력과 수행」이라고 정했습니다. 『화엄경』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습니다.

찰진심념가수지(刹塵心念可數知)
대해중수가음진(大海中水可飮盡)
허공가량풍가번(虛空可量風可繁)
무능진설불공덕(無能盡說佛功德)

이 세계를 티끌로 만들어야 중생의 마음을 헤아려 알 수 있고, 저 대해의 물을 다 마실 수 있고, 허공을 헤아릴 수 있고, 바람을 잡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티끌의 수와 같이 많은 것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大海의 물을 마실 것이며, 허공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또 바람을 잡아낼 수도 없잖아요. 이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무능건설불공덕이라. 능히 부처님 공덕을 다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현행원품을 말하려 하는 것은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하는데 참 좋은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보현보살의 열 가지 원력은 첫째, 예경제불입니다. 모든 부처님을 예배·공경하고 칭찬하며 널리 공양 올리고 업장을 참회하겠으며, 공덕을 수지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경전에 보면 일체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고 합니다. 일체중생이 다 부처라고 생각하고 우리 인간 사이에 최소한 예의는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을 부처님으로 생각하고 보현보살의 행원에 예경제불하는 것과 같은 마음을 가지도록 합시다.

두번째는 칭찬여래원입니다. 여래를 칭찬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야 훌륭한 분이니까 당연히 칭찬하고 찬불가를 올리고 하는데, 여러 중생들도 다 부처님이 될 분이니까 서로 칭찬하고 삽시다.

옛날에 어떤 큰스님이 밖에 나가시면서 시자에게 집을 잘 보고 있으라고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물었습니다.
“오늘 누가 다녀간 사람이 있느냐?”
“예. 다녀간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다녀갔느냐?”
“한쪽 다리가 짧은 사람이 다녀갔습 니다.”
“예이, 고약한 놈”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야 이놈아, 그 분의 한쪽 다리가 길지 왜 짧더냐?”
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한쪽 다리가 짧다고 생각할 때는 상대적으로 한쪽 다리가 길잖아요. 왜 한쪽 다리가 긴 쪽은 안보고 한쪽 다리가 짧은 쪽을 봅니까? 이것이 우리 중생들의 못된 버릇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장단점이 있는데 장점은 안보고 꼭 단점만 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큰 손해를 보지 않으면 될 수 있는 대로 장점을 봐주고 덕담을 해주는 삶을 살아갑시다.

세 번째 원은 왕수공양원. 널리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공양 가운데 최상의 공양은 법공양이라고 합니다. 여법하게 수행하는 공양 그것이 제일입니다. 『華嚴經』에 수행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보살이 어떤 마음을 써야 되고,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등 수없이 많이 있는데 십종바라밀로 요약됩니다. 그 중에서 보시바라밀 하나만 생각해 봅시다.

보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남이 필요로 하면 다 베풀어주는 것입니다. 물질적인 보시, 법문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법문을 해주고, 불안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애시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재물보시를 하는데 가진 게 없고, 법문보시를 하는데 아는 게 없고, 불안 공포에 떠는 사람에게 두려움이 없음을 베풀어 주어야 하는데 나부터 두려움이 많으니까 할 수 없어서 나는 보시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가 있습니다.

첫째는 눈으로 보시할 수 있습니다. 항상 부드러운 눈으로 사람을 대하면 그 공덕으로 죽어서 다음 생에는 청정한 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얼굴로 하는 보시입니다. 누굴 만나면 항상 편안한 얼굴로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합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정말 참다운 공양입니다. 그런 얼굴로서 보시하면 다음 생에는 업장이 녹아서 부처님 얼굴로 태어납니다. 셋째는 마음으로 하는 보시가 있습니다. 내게 아무것도 주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잘 되기를 바라면 다음 생에는 그 과보로 부처님 마음을 얻는다는 거죠. 넷째는 몸으로 하는 보시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남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거나 몸이 불편할 때 그것을 들어준다거나 부축하는 등 몸으로 하는 보시가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생에는 부처님 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는 말로써 할 수 있는 보시입니다. 좋은 말 부드러운 말을 하면 다음 생에는 부처님의 사무애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리를 보시할 수 있습니다. 자리를 양보해 주면 그 공덕으로 다음 생에 사자좌에 앉을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병사시 즉 자기 방을 남에게 제공하는 보시가 있습니다.

눈으로 얼굴로, 마음, 말, 몸, 자리, 방을 제공하는 보시는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무재칠시라고 하는데 재물이 없이 보시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네 번째는 참회업장원입니다. 업장을 참회하고 자기가 지은 죄를 참회하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죄를 짓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를 안 짓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가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죄를 뉘우침도 없고 내가 한 건 다 옳고 남이 한 것은 다 그르다고 하는 사람은 참회의 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자기가 지은 죄를 진정 뉘우치고, 또 같은 허물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참회업장원입니다.

다섯째 수희공덕원.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덩달아 좋아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으로 남의 좋은 일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여섯째 청전법륜원. 항상 법을 청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청굴주세원.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여덟째 상주불학.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겠다는 것입니다. 법을 의지하고 사람을 의지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근본법을 설한 부처님을 따라 배워야지 삼악의 도를 따라 배우면 안됩니다.

아홉 번째는 항상준생인데 이는 항상 중생을 수순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싸움하고 시비분별 때문에 어떤 일이 있을 때 내 마음을 비우고 중생 편에 서서 생각해 보는 이것이 보현행원품 가운데 골수입니다. 보살은 중생이 있음으로 해서 중생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대비의 마음으로써 근본을 삼습니다. 부처가 성불할 수 있는 것은 중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열 번째는 보리회향원입니다. 이 좋은 공덕을 다 널리 회향하고 돌려주겠다는 말입니다. 보리를 위해서 돌리고, 중생을 위해서 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원이 끝날 때마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이 다하고 중생번뇌가 다한다면 내 원이 다하거니와 허공계가 다하지 않고 중생계가 다하지않고 중생업이 다하지 않고 중생번뇌가 다하지 않으므로 내 원은 끝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다가 그 뒤에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이 다하고 중생번뇌가 다할지라도 내 이 원력은 끝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현보살은 원력을 세웠습니다. 오늘 우리도 이 인연공덕으로 보현보살의 10종대원을 같이 발원하고 다음에는 화장세계에서 만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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