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5월호 / 통권 55호 / 불기 2544(2000)년 5월 1일 발행

지장십륜경 / 이만 불교문화대학교수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의 본래 이름은 대승대집지장십륜경(大乘大集地藏十輪經)으로서 이를 줄여서 십륜경이라고 한다. 이 경전의 내용은 지장보살의 물음에 대해 부처님이 10종의 법륜을 설한 것으로서, 여기에서 10륜이란 부처님의 10력을 말하며, 그 하나 하나의 힘을 전륜성왕에 비유한 것이다.

이것은 당 영휘 2년에 현장이 번역하였는데, 이보다 앞서 동본 이역으로 북량에서 번역한 15품 8권의 대방관십륜경(大方廣十輪經)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도선은 내전록(內典錄)과 거요전독록(擧要轉讀錄)에서 현장과 북량의 번역이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장 역의 십륜경은 고려대장경(7권)과 신수대장경(13권) 등에도 실려 있다.

십륜경은 서품(序品)·십륜품(十輪品)·무의행품(無衣行品)·유의행품(有衣行品)·참회품(懺悔品)·선업도품(善業道品)·복전상품(福田相品)·획익촉루품(獲益囑累品)의 8품10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서품에서는 이 경전을 설하게 된 동기로서 부처님께서 구라제산(羚羅帝山)에서 월장경(月藏經)을 설해 마치실 무렵에 지장보살이 출현하는데, 이에 지장보살이 출현한 이유와 보살의 무한한 공덕을 칭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2) 십륜품에서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에 비유하여, 부처님의 입멸 후에 불법을 펴나가는 방법에 관해서 설하고 있다.
(3) 무의행품은 이 경전의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장으로서 천장대범(天藏大梵)의 청원에 따라 무의행의 악행을 지적하고, 이 가운데 하나만 범하여도 선정을 이룰 수 없음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서 출가자에 대해 열 가지의 수승한 생각을 지녀야 함과 파계한 비구라도 청정한 외도보다 낫다는 점을 밝힌 동시에, 말세를 구하고자 하는 지장의 본원으로서 말법시대에 열 가지 악륜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4) 유의행품에서는 성문, 독각, 보살이 의거해야 할 교리와 불도를 닦는 사람들은 반드시 소승의 교리를 배우고 나서 대승의 교리를 배울 것을 설법하고 있다.
(5) 참회품은 법회에 참가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자신들의 죄를 참회한 이야기와 그들이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부처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실려 있다.
(6) 선업도품은 부처님이 금강장 보살에게 10선을 행하면 반드시 좋은 과보가 있다는 설법을 하고 있다.
(7) 복전상품에서는 보살이 모든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복전이 되기 위해 수행해야 할 방법 등이 나온다.
(8) 획익촉루품에서는 법회에 참가한 보살과 성문, 독각을 비롯한 모든 청중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와, 부처님이 허공장 보살에게 이 경전을 널리 유포할 것을 부촉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지장부의 경전이 다 그렇듯이 이 지장십륜경 또한 지장보살의 대비본원 사상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지장보살상 자체가 대비의 화신임이 보살의 본생담에 잘 나타나 있고 지장보살본원경에 의하면 한 바라문 여인의 효(孝), 순(順), 비(悲), 민(愍) 그리고 보살의 육도만행으로 널리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 것이 지장보살의 본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본원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는 지장보살의 상은 성문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지장십륜경에 대한 현장의 번역에서도 지장의 상을 성문에서 따왔다고 했고, 또한 북량의 번역에서도 사문의 상에서 지어졌다고 했으니,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장보살은 우리가 알다시피 모든 중생이 다 성불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고, 모든 중생이 성불할 때까지 중생의 성불을 돕겠다고 서원하고 행동하는 보살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장보살은 대승이 업신여기는 소승, 즉 성문이나 연각을 저버릴 수 없어서 그들의 모습을 함으로써 그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지장의 본원사상에 바탕을 둔 이 경전의 특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파계비구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과 말법시대의 경전이라는 점이다. 이 경전에서는 출가한 스님에게 열 가지 훌륭한 점이 있음을 강조한 동시에 파계한 비구라도 그에겐 열 가지 훌륭한 점이 있음을 강조한 동시에 파계한 비구라도 그에겐 열 가지 훌륭한 생각을 낳게 하는 힘이 있으므로 박해해서는 안되고, 또한 파계한 비구는 불자가 아니고 공양을 받아서는 안되지만, 그래도 성현의 모습이 있으므로 청정한 외도보다는 뛰어나기 때문에 국왕, 대신, 속인들이 그를 핍박해서도 안된다고 하였다.

신라의 스님 신방(神昉)도 이 경전에 관한 주석서의 서문에서 이 불국토의 말법지교(末法之敎)라고 지적했듯이 이러한 사실이 경전의 내용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경전에서는,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미래의 나쁜 세계에서 생기는 일들을 낱낱이 들어가면서 설하였고, 또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떠나시고 미래불인 미륵부처님께서는 아직 오시지 않은 중간의 말법시대에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대중의 요청에 의해 지장보살이 출현하셨다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이 경전이 중국의 수나라 때에 시작된 삼계교(三階敎)의 소외경전이 된 것이다.

지장십륜경은 2승의 융화를 설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 3승이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여래의 방편임에 틀림이 없으므로 비록 대승을 수행하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2승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3승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십륜에서 취급한 점과, 밖으로는 성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안으로는 보살행을 하는 점 등은 지장신앙 내지 지장보살의 본원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은 법화경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사상으로서 화엄경이나 반야경에서 성문과 연각의 2승을 업신여기고 배척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지장십륜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장차 올 미륵 부처님 사이의 무불시대를 교화하는 지장보살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반드시 지장보살의 이야기로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장보살은 지장십륜경이 설해진 동기와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시대의 교화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여러가지로 설하고 있다. 또한 이 경전에서 설하고 있는 말법시대는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며,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정법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이러한 경전을 수지, 독송하여 지장보살의 비원을 현세에 구현하는 것이 우리 불자들의 책임과 의무임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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