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의 세계

 

출요경(出曜經)
이만/불교문화대학 교수

  출요경(出曜經)은 불교에서 교훈이 되는 게송과 그 주석적인 인연설화로 성립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게송 부분이 출요경이라고 하지만 그 해석에는 이설들이 많다. 아무튼 출요경이라는 말은 비유를 의미하는 뜻으로서 12부경 중에서 무문자설(無問自說)―부처님이 누구의 질문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종교적인 체험을 그대로 말씀하신 내용―이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서양의 불교학자들은 출요를 ‘훌륭한 공적’, ‘빛나는 업적’ 등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출요경에는 ‘빛을 낸다’거나 ‘빛을 방출한다’는 뜻이 있다는 것이다. 빛을 낸다는 것은 이 경전이 부처님 말씀을 밝은 광명에 비유하여, 여러 경전 가운데서 중요한 내용들을 모아 그 핵심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풀이하여 준 데서 유래한다.

이와는 달리 중국의 옛 번역자들은 출요를 avadana, 즉 비유로도 번역하였다. 출요경의 내용이 게송 뿐 아니라 많은 비유설화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전의 제6권에는 12부경을 해설하면서 아바다나가 다음과 같은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위 출요란 무상품(無相品)으로부터 범지품(梵志品)에 이르기까지 중경(衆經)의 요장(要藏)을 모두 연설하고 표출해내는 가르침을 말한다. 그러므로 출요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에 의하면 출요란 많은 경전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의 것들을 모아 그 속에 포함된 핵심을 풀이하고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게 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비바사론에서는 여러 경전 안에서 설하신 바의 숱한 비유가 아바다나의 뜻이라고 하였으며(권 126), 대지도론에서도 세간과 비슷한 부드럽고 쉬운 말(권 33)이라고 아바다나의 뜻을 풀이하고 있다. 또한 유가론에서는 비유에 의하기 때문에 숨은 뜻이 밝혀진다(권 81)고 하였다. 그러므로 출요경은 여러 경전에서 중요한 부분을 모아 그 속에 숨겨진 깊은 뜻을 비유설화로 풀이하고 해명하여 뭇 사람들에게 알게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경전은 주옥같은 명구(게송)와 함께 많은 비유를 들고 있기 때문에 비유를 중심으로 설하는 본연부에 들어 있다.

이 경전은 모든 비유와 우화의 소재를 유명한 법구경에서 얻고 있는데, 법구경은 여러 초기경전 가운데서 가장 교훈적인 훌륭한 구절을 뽑아서 한데 엮어놓은 명구선집이다. 현재 한역대장경 안에는 법구경과 유사한 형태와 내용의 경전, 또는 법구경과 매우 깊은 관계의 경전들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 4권)은 한역 법구경의 싯구들을 그대로 인용하고 그 뜻을 풀이하며, 싯구가 나오게 된 연유가 무엇인가를 풀이한 것이다. 둘째, 출요경(30권)은 법구경의 싯구를 부분적으로 인용하면서 다른 싯구들을 많이 섞어 넣고, 그 싯구에 담긴 교훈들을 실례로 들어가면서 산문형식으로 부연하며, 부처님의 본생담과 전기, 그리고 인연담을 비유로 들어서 법구경의 교훈적인 내용들을 설명한 것이다. 셋째는 법집요송경(法集要頌經)인데, 이것은 출요경과 거의 같은 내용의 교훈들을 전부 시 형식에 담아 독송하기 쉽게 만든 것이다.

법구경이 번역된 것은 224년에 지겸에 의해서이며, 법구비유경이 번역된 것은 그보다 조금 늦은 290년에서 306년 사이의 일이다. 이 두 경전에 비하면 출요경은 인도에서 먼저 기술된 것이나 원전은 지금 남아 있지 않으며,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것은 요진의 축불염이 398년과 399년 사이에 번역한 한역 출요경만 있을 뿐이다. 이 경전의 성립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출요경을 수록하고 있는 한역대장경의 서문에서, 승예는 법구보살이 지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전에서 잡아함경을 자주 인용하고 있고, 4아함이라는 말도 볼 수 있는 점에서 4아함이 성립된 직후에 찬술된 역사가 깊은 경전으로 간주된다. 또한 신수대장경 4권에 수록되어 있는 한역본의 출요경 서문에 의하면, 계빈국 승가발징(僧伽跋澄)이 전진의 건년 19년(383년)에 산스크리트 원전을 가지고 장안으로 왔는데, 발징은 범본을 읽고 축불염은 이를 중국말로 옮겼으며, 도억이 필수를 하고, 법화가 교합 정정을 하였는데, 이 교합작업에는 승예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법집요송경은 950년에서 1000년경의 번역이므로 이보다 훨씬 뒤에 중국에 소개된 경전임을 알 수 있다.

이 경전은 전체적으로 30권 34품으로 되어 있으며, 게송과 비유로 되어 있다. 게송을 설한 다음 비유로 그 게송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있다. 법구경의 폼은 2권 39품인데, 이 출요경에 나와 있는 게송은 거의 다 그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법구경 중 26품의 중심내용이 출요경의 34품과 거의 같다. 이러한 점에서 출요경은 법구경을 바탕으로 하여 성립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 경전의 법구경과 다른 점은 법구경이 교훈적인 명구만을 설하고 있는데 비하여, 그 명구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많은 비유설화들을 들고, 한편으로는 장아함경, 잡아함경, 잡계경, 구담계경, 수행경, 미륵하생경 및 동 상생경 등을 인용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부연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이 출요경의 내용 중에서 그 비유가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적인 것을 소개한다면 무상품에 나오는 ‘부처님과 아들을 잃은 과부와의 대화’ 내용이다. 부처님은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과부에게, 첫째, 항상하는 것은 없고 반드시 무상하고, 둘째, 부귀한 자는 반드시 빈천해지며, 셋째,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넷째, 아무리 건강하여도 반드시 죽게 된다는 것을 설하셨다. 이 네 가지의 인연을 설명하기 위하여 출요경은 부처님과 아들을 잃은 과부와의 대화를 등장시킨 것이다.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절대적인 진리를 슬픔에 잠긴 과부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부처님은 상과 무상, 부귀와 빈천, 만남과 이별의 상즉관계를 빌려서 사용했다. 이것은 무상품에서 제행무상의 도리를 깨닫는 것이 지혜의 눈을 여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이 경전은 어떤 계통적이며, 조직적인 교리체계가 들어 있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전편 속에 불교의 근본사상이 생생히 표명되어 있고,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많은 비유를 들어가면서 부처님의 위대한 인격과 교훈을 풀이하여 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게송 부분은 초기불교의 모습 그대로이면서도 산문으로 된 해설 부분은 대승적인 색채를 띠기 시작한 발전된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이다. 부처님의 고매한 인격과 뜻깊은 교훈은 일상적인 언어로는 그 진면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초기경전의 편집자들은 비유의 모범을 창안하여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