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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생

저는 원래 무종교였으나, 어머니가 불자인 인연으로 가끔 온가족이 참배를 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가 낚시라서 일요일이면 친구분들과 낚시를 갑니다만, 이 일로 인하여 어머니와 두 분이 몇번 언쟁을 하신 적도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제가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사람들은 수렵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낚시가 왜 죄가 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예술대학 연극 영상학부 : 최마리)

  마리양에게 누가 “살인는 나쁜 것일까요?”하고 묻는다면 틀림없이 나쁘다고 대답할 겁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종교도 살인은 금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동물의 경우에는 이같은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동서양의 종교가 발생된 배경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서양의 종교는 유목사회에서 출발한 종교입니다. 유목사회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야만 하고, 오직 제일 강한 자(유일신)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안되는 종적(縱的)인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물은 인간에게 봉사를 해야 하고, 인간은 다시 신에게 봉사해야 하는 계급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살생은 결코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양종교인 불교는 농경사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인간은 자연과 어디까지나 공존을 도모합니다. 서로 공존하는 입장이니까 횡적(橫的)인 체계를 이루게 됩니다. 즉 동물과 인간, 그리고 부처님까지도 근본적으로는 평등한 관계인 셈이지요. 따라서 동물에 대한 살생도 당연히 죄가 됩니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마리양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어요? 모르긴 몰라도 하나밖에 없는 생명이라고 답하지 않을까요? 그와 똑같은 마음으로 물고기의 입장이 한번 되어 보세요. 왜냐하면 모든 생명체는 서로가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소나 말 등 온갖 동물 내지는 생명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의 생명을 탄생시키고 성장 발육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자신의 취미로 잡는 그 물고기가 실은 전생에 자신과 어떠한 유대관계였는가를 윤회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본다면 마리양의 아버님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낚시를 즐길 수만은 없을 겁니다. 아마 어머님의 염려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불교에서는 죽는다는 것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 우주 속에 그대로 남아서 뭇 생명체를 형성시키므로 우주 자연과 자신은 하나이지 둘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죽은 후에도 이 육체는 또다시 우주 대자연 속으로 되돌아갑니다. 물론 다른 동·식물의 경우도 우리 인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과 동물을 살생하는 것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보는 점이 바로 불교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