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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
도올 선생의 불교관 비판

누구든지 간에 동서양의 철학에서부터 문학, 역사, 과학까지 넘나드는 도올 선생의 저술이나 강연을 대하면 가히 끝간데를 알 수 없는 그의 학문의 넓이와 깊이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너무도 거침없어 때로는 상대방을 당혹스럽게까지 하는 그의 언변과 제스처, 표정들이 더해지면 철학이라는 진지함을 대중화하는 데는 더 바랄 것 없는 작품이 만들어진다.

물론 도올 김용옥에 대해 언짢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칭찬이나 비판은 그야말로 김용옥의 철학과 학문에 대한 진지한 검토 끝에 나온 동의나 반론이 아니라 다만 ‘김용옥 신드롬‘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한 경향에 대한 판단과 분석이다. 그저 그의 덕에 동양학이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점도 있지만 이런 열풍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였지, 정작 그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한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 변상섭이라는 한 불교 학인이 책 한 권을 통해 도올 선생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이름하여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 부제로 ‘도올 선생의 불교관 비판’ 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얼마 전 김용옥 선생이 퍼낸 저서 『話頭, 혜능과 셰익스피어』와 『금강경 강해』에 나타난 그의 불교 이해에 대한 반론 제기를 골간으로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열두 가지의 반론을 제기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도올 선생은 『話頭, 혜능과 셰익스피어』라는 책을 도대체 왜 썼는가?”이다. 이것은 화두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저자 변상섭은 이렇게 말한다.

“화두는 지식이 아니다. 듣고 이해해서 ‘아하 그런 거구나.’라고 고개 끄덕이게 하는 학문이 아니다. 스스로 참구해서 마음의 해탈을 얻는 게 아니라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 남에게 답을 얻어들었다고 내가 도통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화구를 해설한다는 것은 더 이상 화두를 들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다. 화두에 대해 해설하는 것은 그에 대해 더 이상 의심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즉 화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적인 예로 벽암록을 설한 원오 극근 선사의 제자 대혜 종고 선사는 스승의 역작을 오히려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왜 그랬겠는가? 공연히 말꼬리에 붙들려 헤매는 후학들이 있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벽암록에 대한 해설서가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은, 도올 선생만큼 깨달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도 닦는 이들이 이 해설을 읽고 다시 의심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크게 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곧 부처님 종자를 말살시키지 않으려는 깊은 배려인 것이다. 그런데 벽암록을 해설한다고 말과 글을 늘어놓고 있으니 이 무슨 참담한 일인가?

화두란 본시 논리적 이해가 아니라 직관적 깨달음을 지향하는 선(禪)에서, 하나의 의심덩어리에 몰두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설치한 질문의 단초들이다. 그러니 그것을 말이나 글로 어떻게 해설하거나 분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언어로 분별하는 것이 선인가? 그럼 세상에 말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선정을 닦고 있다는 말인가?”

“도올 선생은 선을 수행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바르게 화두를 참구하여 선정을 닦으려고 하지 않고 화두를 해석하고 분석하며 따져서 알아맞히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두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따져 보는 것은 분별적 사유를 오히려 더 증폭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선종 역사상 최초로 벽암록을 해설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다.”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가 주목할 만한 저서로 인정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김용옥 선생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상을 비판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도올 선생에 대한 지금까지의 부정적 시각들이 주로 외부에서 표피적으로 던지는 볼멘 소리들이었다면,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는 도올 선생이 잘 쓰는 표현대로 그야말로 진검 승부를 바라는 한 논객의 비장의 검법이다. 이는 도올 선생이 불러일으킨 동양학 열풍에 무임 승차해서 사소한 이(利)라고 챙겨 보자는 속셈이 결코 아니요, 무성하게 가지 드리운 거목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서 눈길 좀 잡아 보자는 술수는 더욱 아니다. 그럼 속셈과 술수만을 가진 자가 써내기에 이 책은 너무 깊고 진지하다.

또한 이러한 정면 승부는 자신에 대한 근거 없고 정당하지 못한 시기나 비아냥거림, 냉소적인 시선들을 일축하고 세상에 당당히 마주 서고 있는 도올 선생이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 왔던 바이기도 하다. 그는 비꼬인 시선과 말들로 자신을 비난하고 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 자체를 가지고 논하라고, 무엇이 틀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자신을 똑바로 보고 준엄하게 비판하라고, 그런 도전에 대해서는 자신도 또한 정당하게 맞서 주겠노라고 이미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여기 이렇게 한 불교학자가 그에게 도전을 했다. 그리고 도올 선생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도올 선생이 학자답고 선비답게 어떻게 이에 응대할 것인지를 내심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