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12월호 / 통권 36호 / 불기 2541(1997)년 12월 1일 발행

어렸을 적부터 불심을 / 한용수 중어중문과 교수

30여 년의 다른 종교 생활을 접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의 수양으로 삼은 지가 벌써 4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비록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이 기간은 나에게 그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함께 불교도로서 심오한 부처님의 말씀을 채워 준 시간이기도 하다.

 나의 어렸을 적부터 시작된 신앙 생활은 성장하면서 어느덧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채워지게 되었고, 아동 시절부터 갖게 되었던 종교는 다본 사람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자유스런 선택이라기보다는 주위의 환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연유로 시작된 종교 생활은 다른 이와는 좀 남다른 생활이었고, 어린 시절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통해 그 종교는 내마음의 의지처가 되었다. 그리고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겪게된 나의 신앙 생활은 무조건 그 종교에 매달리는 것으로 이루어졌고, 무슨 일이 생기면 신앙에 의지하여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때는 그런 방법이 가장 좋은 해결사 구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고, 그것이 최선의 방안이라 여겼기에 더욱 신앙에 의지하는 바가 컸었던 것 같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내가 찾는 神에게 해결책을 구하기보다는 神이 무조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神에 맡기곤 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 종교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정신적인 지도자가 되기도 했으며,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정말 그때는 그 신앙 생활이외의 다른 종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시기였던 만큼, 그 종교에만 의지하고 매달리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품게된 항상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공허함을 메울 수 있는 힘이 필요했었고 그 빈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필요했다.

 물론 종교를 갖고 있으면서 타종교로의 귀의는 쉽지 않았다. 불교성전을 가까이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어린 시절부터 일상 생활이 되다시피 한 종교 생활을 바꾼다는 것 자체는 모든 지난 시간의 부정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그것을 박차고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또 다른 삶의 과정인 청년기로 접어들면서, 뇌리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갈등은 우연한 기회에 나 자신으로 하여금 다른 길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아마 이것은 부처님의 인도였던 것 같고, 부처님의 말씀을 깨우칠 수 있는 진정한 종교 생활의 자세를 나에게 일깨워 주었던 것 같다. 하나의 작은 체험을 통하여 나와 우리 가정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되었고, 그러한 체험을 통해서 불법의 진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있는데,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겪는 즐거움이나 고통 등에 대한 모든 것의 해결 방안은 어느 한 神에게 매달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만들고 일으킨 것은 다른 곳이 아닌 나 자신으로 부터 비롯된 것이니 이에 대한 해결방안도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진실로 깨닫게 되었고, 자신의 모습을 좀 더 철저히 지켜봄으로써 진실로 삶의 질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교를 가까이 하게 되었다. 우리가 겪는 생활의 방향을 안내해 줄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물질 문명이 충족되기 이전부터 가져온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아것은 우리 모두가 정신적인 불구자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완성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일때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부처님을 가까이하고 그 말씀을 되새길 수 있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올바른 신앙의 자세를 어려서부터 마음에 주지시켜서 정신의 세계를 깨우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 세상에 펼쳐지는 어려운 상황들에 좀더 여유로운 대처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질의 세계가 펼쳐진 뒤에 이제 인간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정신 세계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한 사고의 변환과 함께 우리가 관심 가질 수 있는 것은 종교에 대한 희망이기에 이에 대한 교육은 어려서부터 이루어지도록 하여 몸에 배어나는 실천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두태여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속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품이 그 사람의 팔자'라는 말도 있듯이 어린 시절에 있어서의 성격형성과 가치관 정립의 중요성은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 사회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부모가 아동들의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만은 없으므로 유치원 및 모든 부모를 대신하고 있는 교육기관들의 역할이 몹시 중요하다 하겠다. 그러므로 불교가 실천의 종교임을 감안할 때, 불교 아동 교육기관의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은 그 필요성이 절대적이라 하겠다.

특히 우리는 아동의 교육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보아 왔지만 아동들에게 좀더 편안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불교의 유아나 아동들에 대한 교육이 티종교들의 그것보다 훨씬 적다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일찍부터 이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은 누구나가 인정할 것이다. 물론 유아나 아동들에 대한 교육기관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속되어 온 민족의 종교인 불교보다도 타종교의 교육기관이 많은 것은 주지하는 바이지만 이제 산업구조의 조정이라는 방법을 통해 일어나는 여러 요인들 중의 하나일 수 있는 부부활동에서 빚어질 수 있는 아동들의 교육에서부터 그리고 무엇보다 어렸을 적부터 불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서 이제 우리 불교계에서도 아동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로 아동들에게서부터 부처님의 도리를 가르쳐주는 교육기관이 전국의 많은 곳에서 개원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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