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막습니다.... 믿음은
종자요 고행은 비, 지혜는 나의
멍에와 호미입니다. 부끄러움은 괭이자루,
의지는 새끼줄, 생각은 나의 호미날과
작대기 입니다." 세속의 온갖 인연과
집착을 끊어야 하는 고독한 수행자에게
"물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며
당당히 정진해 갈 것을 격려했던 부처님에게
"당신도 갈고 뿌린 다음에 먹으라"고
권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물질이 우선임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 내심 품고 있는 조소일
것이다.
『숫다니파타』에
보이는 이 길은 부처님 말씀은 지금에
이르러 물질주의와 허구의식에 파묻힌
현대인의 정곡을 찌르는 듯하다. 경전의
말씀은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잘못된 의식을
경책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처럼 그것은
오래된 것일수록 더욱 신선하고 우리의
현실적 문제와 밀접해 있음이 자랑거리이다,
『숫타니파타』의 어느 부분을 들추어
보더라도 우리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잠재우고 비뚤어져 가려는 의식을 각성시키는
부처님의 잔잔한 말씀을 숨결처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경전은 『법구경』과
아울러 읽는 이들의 마음에 강한 호소력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경전은 문제로 보면 길고
짧은 가지각색의 시를 모은 시집인데,
종종 산문도 섞여 있어 숫타니파타' 라고
불린다, 이 말은 경(經, 숫타)들의 모음을
뜻하므로 경집(經集)이라고 번역된다.
사품(蛇品), 소품(小品), 대품(大品),
의품(義品), 피도안품(被道岸品)이라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이 5장은 '경'
이라고 불리는 72가지의 단편들과 1049수
게송(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
사품에는 12경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서두에서 언급한 유명한 식구들은 여기에
수록되어 있다. 특히 그 제1경은사경(蛇經)이라고도
불린다. 비구는 '묵은 허물을 벗듯이'
피안이든 차안이든 모두 버린다는 취지의
시구를 후렴으로 반복하여 수행승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경에서는
수행자들을 "물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라고 반복하여 격려하고 있다. 제8경에서는
불교 특유의 자비 관념을 소박한게
표현하는데,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한량없는 자비심을 일으키라:'라고
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2장 소품은 비교적 짧은 경들을
모아 14경을 포함하고 있다. 이의 제2경은
우리가 진정 피해야 일상의 행위를 '비린내,나는
것'으로 비유하여 경계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의 내용이다. 난폭하고
잔혹하며, 험담하고 친구를 배신하고 무자비하고
몹시 오만하고 인색하여 아무 것도 남에게
주지 않는 사람들, 이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은 그렇지않다."
또 '부끄러움'을
주제로 하는 제3경에서는 위선적인 친구에
대해서 "부끄러워 할 것을 잊어 버리고
또 싫어해서 '나는 당신의 친구다.'라고
말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도와
주지 않는 사람, 그는 내 친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라고 설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사람과 가까이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배(船)를 주제로 하는 제8 경에서는
다른 사람을 진리로 이끌 수단을 분별하는
지혜로운 자와 친해야 할 것임을 설하고
있다.
제3장 대풍은 약간 긴 12경을
모은 것이다. 이 대품은 부처님의 전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자료를 담고 있어 주목되는데,
제1경 출가경(出家經) 제2경 정근경(精勤經),
제10경 나라카 경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제1경에서는 부처님이 출가한 이유를 범비사라
왕에게 밝히길, "욕망에는 우환이
있음을 보고 또 출리(出離)는 안온이라고
보아 출가했다."고 한다. 제2경은
석가모니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체험했던
정신적 갈등을 악마와의 전쟁으로 묘사한다.
제3경에서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울러 제8경에서는
인간의 죽음을 투철한 눈으로 응시하여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또 제9경은 네 계급(四姓)이 평등한 이치를
설하고, 제12경은 소박한 형식으로 연기의
이치를 설 한다.
제4광
의품에서는 욕망, 육신을 비유하는 동굴,
분노, 청정, 의뜸가는 것, 늙음, 투쟁
등의 다양한 주제를 설한다. 예를들어
'욕망'을 주제로 하는 제1경에서는 "육망을
이루고자 탐욕이 생긴 사람이 만일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그는 화살을 맞은
사람처럼 괴로워 번민하다."고 설한다.
제10경에 의하면 집착도 없고 타인을 비방하는
일도 없는 사람을 '평안한 사람' 이라고
한다. 이런 평안을 얻기 위배 수행자는
"비난을 받더라도 두려위해서는 안된다.
칭찬을 받더라도 우쭐대서는 안된다. 탐욕과
인색과 성냄과 욕설을 멀리해야 한다."
제5장 피도안품은 하나의 줄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바바린' 이라 불리는
한 바라문이 무소유의 경지를 얻고자 남국으로
내려가 고다바리 강의 강변에 큰 제사를
지냈다. 제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한 바라문이
500금을 구걸했다. 아무 것도 보시할 것
없다고 하자 그 바라문은 노하여 7일 후에
바바린의 머리가 일곱 조각으로 터질 것이라고
저주했다. 이에 대해 고민하는 바바린을
보고 있던 신은 저주한 바라문이 사기꾼이며,
머리가 터질 것이라는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줄 사람은 부처님임을 알려준다. 이에
그는 부처님을 찾아가는데 그의 제자 16인도
함께 따라간다. 부처님은 그들의 의문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무명(無明)이 머리인
줄 알아라. 신앙과 생각과 선정(禪定)과
욕심과 노력에 연결되어 있는 밝은 지혜가
머리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처럼 『슷타니파타』는
일상 생활 및 수행 생활 관련된 다양하고
많은 주제를 취급하는 중에, 세속의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인 가르침을 펴고 있다는 점에 특별한
의의를 부여할 만하다.
"혈통을
뽐내고 재산과 가문을 자랑하면서 자기네
친척을 멸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 의 문이다." "여자에게
미치고 술과 도박에 빠져 버는 족족 잃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이렇듯 진리의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흐린 정신을
일깨우며 폐부를 찌르고 있다. 수많은
불교 성전들 중때서도 이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경천은 중국에서는 그일부만이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으로
번역되었고 그 전체는 팔리어로만 전송되었다.
다행히 동국역경원에서 발간한 한글대장경에는
이 경전이 수록되어 있어, 그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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