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12월호 / 통권 36호 / 불기 2541(1997)년 12월 1일 발행

우주에 충만한 부처님 / 안중철 서울 캠퍼스 정각원 법사

"내가 성불한 후 지나간 겁의 수효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겁이니라. 항상 법을 설하여 무수한 중생을 교화하고 불도에 들게 하였나니, 지금까지 한량없는 겁 지났도다. 중생을 계도하기 위하여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지만, 참으로 열반하는 것 아니고, 항상 있어서 법을 설하노라."<법화경> (여래수량품)

불문(佛門)에서는 세속의 나이보다 출가한 햇수를 따지는 법랍(法臘)이나 깨달음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오도(悟道)의 경지가 우선 한다.  
근세 우리 나라 선문(禪門)의 정통 법맥을 이어왔던 정전강(鄭田岡) 큰스님은 일찍이 크게 깨달아 오도(悟道)의 경지가 높았던터라, 약관 20대에 어느 큰 절 교구본사(敎區本寺)의 조실(祖室)스님으로써 수 많은 대중을 인도하고 계셨을 때, 눈이 펄펄 날리는 1월의 어느 추운 겨울 깊은 밤 도량을 거닐면서 보행정진(步行精進)을  하고 있던 중 법당 안쪽에 이르러 무심코 소변을 보게 되었다. 꽁꽁 얼어붙은 하얀 눈 위에 노란색 구멍이 나면서  흔적이 남는 법, 간밤에 법당 앞에 누가 방뇨했느냐는 문제로 아침에 대중 공사가 붙었다. 공교롭게도 그 현장을 목격한 대중이 있어 조실스님이 부처님이 계신 법당 앞에서 그럴 수 있느냐는 비난과 함께 추궁을 당하게 되었다.

전강 큰스님은 무어라 답변하였을까. 부처님은 우주에 충만하여 아니 계신 곳 없으신데(佛身滿於法界)' 어디 법당 앞에만 부처님이 계신 곳이냐, 어느 곳이나 다 법당 앞이고 부처님이 계신 곳이지라고 도리어 일갈(一喝)하면서 크게 꾸짖었다는 일화(逸話)가 있다.

 법화경에서는 웅대한 불신론(佛身論)이 설해진다. 원래 부처님의 몸(佛身)에 대해서는 초기 불교시대부터 불교도들사이에서 다양한 고찰이 행해졌는데, 부처님 자신은 진리(法)를 최고로 삼았기 때문에 자신은 멸(滅)하지만 법은 불멸(不滅)이므로 자신이 입멸한 후에는 법에 의지할 것을 유언했다. 하지만 제자들은 부처님의 인격을 통해 불법을 신봉했기 때문에 부처님 재세(在世)시에 이미 부처님 몸은 보통 사람의 그것을 초월해 있었다고 보았다.

나아가 부처님의 입멸 후에는 부처님이 설하신 법을 부처님의 불멸의 몸(法身)으로 간주하여 부처님 현실의 몸인 생신(生身)과 대치(對置)시켜 이신설(二身設)을 상정해 냈고, 이러한 불신관(佛身觀)은 대승불교시대에 이르러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삼신설(三身說)로 체계화 되었다. 즉, 궁극적인 진리 그 자체로서 개념이나 작용 언어 표현을 초월한 존재로 서의 범신,부처님이 수행을 완성하여 원만하게 아름다운 덕을 몸에 구현하고 있는 모습으로서의 보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중생의 정신적인 소질이나 지적 수준에 따라 갖가지의 모습으로 나투신 화신이 그것이다. 따라서 법신은 진리신(眞理身)으로서 무시무종(無始無終)이지만 추상적이고, 보신은 인형과덕신(因行果德身)으로서 구체성이 풍부하지만 인행(因行)이라는 점에서 시작이 있으며, 불과보(佛果報)인 과덕(果德)이란 점에서는 영원한 것 으로 유시무종(有始無終)으로 간주된다. 화신(응신)은 현실신(現實身)으로서 가장 구체적인데 반해 영원성이 없다는 점에서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고 한다.

 법화경 제16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 에서는 이세상에 출현한 석가모니 부처님을 '가야근성(加耶近成)의 부처님'이라 부르고, 이 부처님은 80세로 입멸했지만 그것으로 불타기 사라졌다고 볼 것이 아니라 한다. 즉, 역사적 인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은 임시로 나타낸 모습에 불과하며 그 근저에는 영원한 과거로부터 영원한 미래에 걸쳐 실재하는 영원불멸한 본래의 부처님인 '구원실성의 부처님(久遠實成佛)'이 계시고, 그 부처님은 수없이 모습을 바꾸어 이 세상에 나타나시며 중생의 소원이나 정신적 소질(근기)에 따라 갖가지 모습(화신)을 보인다고 설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신론(佛身論) 속에는 삼신설이 들어 있는데 법화경 연구의 대가 천태대사 지의(天台大師智 ) 는 영원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만족시키 는 존재로서 보신에 크게 주목하고 구원(久遠)의 석가모니 부처님을 보신불(報身佛)로 간주하였다.

한편, 삼신은 널리 알려진대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淸淨法身毘盧자那佛), 원만보신 노사나불(圓滿報身盧舍那佛),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千百億化身釋迦牟尼佛)로 지칭되기도 하는데, 달 그 자체 가 법신이라면 달빛은 보신이고 호수에 투영된 달의 그림자는 화신(응신)으로 도 비유된다.

 중생이 박덕(薄德)하고 전도(顚倒)하여 구원실성(久遠實成)의 불(佛)을 보지 못할 뿐, 참회와 기도의 불도 수행에 정진한다면 우리의 몸 안에서 삼신불(三身佛)이나 구원의 부처님(久遠佛)을 감독(感得)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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