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정각도량 / 12월호 / 통권 36호 / 불기 2541(1997)년 12월 1일 발행

삶과 죽음에 얽힌 인과응보 / 조용길 불교학부 교수

부처님께서 죽림정사(竹林精舍)에 머물러 인과법(因果法)을 설하고 계실 때였다.
세존이시여, 어떤 상인 한사람이 성문 옆에 팔려고 끌고 온 암소 한 마리를 매어 두고 낮잠을 자고 있는데 자기 소가 사람은 받아 쳐죽이는 꿈에 놀라서 깨어날때 이미 소가 사람을 죽이고 있었답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참상을 그대로 본 상인은 정신이 혼비백산하여 둘러 서있는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의 장례비라도 마련하려고 소를 팔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이 미친소를 사려고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때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이 나오더니 아주 형편없는 값을 불렀습니다. 소 주인은 울상을 하며 좀 더 받으려고 애걸하다시피 하였지만 소를 사겠다고 나선 이 사람은 야릇한 웃음까지 띄우며 더 이상 값을 올려주지 않고 그대로 사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보고 있다가 그 사람이 소를 끌고 가버리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란 일은 그후에 일어났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소를 사서 끌고 가던 이 장사꾼은 목이 말라서  물을 먹으려고 소 고삐를 강가의 나무에 매어놓고 강으로 내려가 엎으려 물을 마시는데 갑자기 이 소가 달려와 뿔로 받아 창자가 터지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강물에 빠져 죽었다. 이 소식을 들은 그의 가족들이 달려와 이 소를 잡아 죽이고 가죽은 가죽대로, 고기는 고기대로 잘라서 팔아 버렸으나 소머리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고기며 가죽이며를 흥정할 때마다 값을 싸게 사려고, '사람을 둘이나 죽인 소다'. 소가 아니라 마귀다'. 하며 방해를 놓던 사람이 나서며 또 한번 아주 싼값으로 사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소머리을 보는 것조차 끔찍하기도 하여 그 사람에게 헐값으로 팔아 버렸다. 소머리를 산 상인은 새끼줄로 소머리를 얽어서 등에 지고 가다가 성밖에 나가서 시골길로 접어드는 곳쯤에 이르러 쉬어 가려고 흙이 묻지 않게 나무에 걸어두고 그 밑에 앉아 쉬고 있다가 피곤하여 졸기 시작하였다. 이때 새끼줄이 스스로 풀리면서 소머리가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 사람은 머리를 소머리의 뿔쪽으로 받쳐 그만 뇌진탕을 일으켜 즉사하고 말았다. 대충 이러한 이야기였다. 이 소문을  듣거나 직접 본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하여 성안이 웅성거리는 것은 당연하리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과 정사 안에 둘러 서있는 대중들을 둘러보았다. 이때 북이 울리며 임금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정사 안으로 들어 왔다.

"세존이시여, 성안에 소 한 마리가 백성들의 마음에 걱정이 되고 있사온데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자 왔나이다." 부처님은 임금에게 우선 앉기를 권하고 왕의 행렬을 뒤따라 온 중생들에게 이렇게 설하였다.

"본래 사람이나 짐승이나 우연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 모든 선과 악이나 부귀공명, 낳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인과(因果)의 업보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지금 여기 모인 여러 중생들이 걱정하는 그 소와 죽은 세사람의 상인들은 전생에 서로의 과보가 있었느니라. 전생에 세사람의 상인은 한패였었는데 세사람이 함께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고 사는 일을  할 때, 전혀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하여 한 사람은 값을 깎고 한사람은 값을 올리며 또 한 사람은 중간에서 물건을 팔려는 사람에게 적당한 값이라고 부추겨서 헐값으로 사고 팔때에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써서  사람들을  울리거나 속지 않는 사람은 협박하고 윽박질러서 빼앗다시피 하는 그런 불한당들 이었다. 어느날 이들이 장사를 다니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부근에 숙박할 만한 곳이나 주막이 없었다. 한참 두리번 거리던 이들은 한 조그만 집으로 들어가 사정이야기를 하였다.
"하룻밤만 묵고 가게 해주시면 후한 사례를 하겠으니 허락해 주십시요."하고 몹시 점잖게 청했다. 이때 안에서 한 노파가 나왔는데 집이 너무 누추하고 비좁으며 시중들만한 사람도 없다고 하며 사양하였지만 이 세사람이 불한당들은 노파 혼자사는 집이라는 것을 깨닫고 속으로 몹시 기뻐하며 더욱 정중하게 부탁하여 사례를 두둑히 하겠다는 말을 특히 강조하였다. 노파는 이사람들의 사정도 들어주고 또 얼마의 돈도 생길 거라는 생각으로 허락하고는 이집 저집에 가서 이부자리도 빌려 오고 내일 갚아 주기로 하여 찬거리며 쌀이며 빌려다가 닭도 잡고 해서 아주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렇게 해서 세사람은 저녁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따뜻하게 잘 잔후 아침까지 잘 대접 받고는 노파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뺑소니를 쳤다. 사례는 커녕 인사말조차 하지않고 달아난 것을 안 노파는 그만 어이가 없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이웃에게 꾸어온 것들을 생각하니 아찔하기만 하였다. 괘씸하고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한 노파는 기를 쓰고 그들을 뒤쫓아 찾아 나섰다. 몇번째 마을 어귀에서 그들을 붙잡은 노파는, "여보시오 식비와 숙박비를 내고 가야할게 아니요. 남의 집에서 먹고 잤으면 무언가 말이라도 하고 가야할게 아니요."
그런데 이 세사람은 전혀 처음 보는 사람이 왜 그러냐는 듯이 시침을 뚝 떼고 있다가 마을사람들이 모여들자 갑자기 얼굴 표정을 바꾸면서 "할머니 망녕이 드셨습니까? 우리가 떠나올 때에 할머니가 너무 고맙게 잘 해 주시고 또 가족도 없이 쓸쓸한게 사시는 것이 애처로와 우리 한사람이 열낭씩 걷어서 삼십냥이나 드리고 내 부모같이 편안히 계시라고 인사까지 한 걸 잊으셨습니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요."하고 말했다. 노파는 너무나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었다. "이 날도둑 같은 놈들아! 무엇아 어쩌구 어째? 삼십냥은 고사하고 단돈 세푼이나 내놓고 그따위 말을 해라. 이놈들아." 노파는 악을 썼지만, 악을 쓰고 발버둥을 칠 수록 이 불한당들은 너무나 태연하여서 마을사람들은 하나 둘씩 흩어지면서 혀를 찼다.
"쯧쯧 할멈이 미쳤거나 실성해 진게로군". "저사람들 공연한 시비에 걸려 들어 할멈을 떼 버리려면 고생들 하겠는 걸." 노파는 있는 힘을 다해 녀석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지만 다 늙은 노인의 힘으로는 도지히 당할 재주가 없었다. 끝내는 그들 세사람에 의해 길 바닥에 내동댕이질 쳐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노파는 여기 저기가 부러졌고 울고 또 울며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마을 사람들까지 원망하다가 중얼거리며 쓰러졌다. "이놈들 두고 보아라. 내 너희놈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금생이 아니면 내생, 아니 내 후생까지라도 쫓아 가서 네놈들의 원수를 갚고 말 것이다."잠시후 꿈틀하던 노파의 몸이 마침내 조금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노파와 세사람 장사꾼들과의 얽혀진 인과였느니라."

"이렇게 말을  마치자 임금과 신하들, 제자들과 뭇중생들은 인과의 과보에 한층 더 믿음을 갖게 되었느니라." 인과란 만고불변의 법칙으로 결코 우연이란 이 세상에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나무 지장보살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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