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와 씨앗은 하나이면서 거듭되는
이름만다를 뿐이다. 닭과 달걀의 논쟁과
같다. 그러나 씨앗이 열매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공간적인 변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씨앗이 반드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확신이 없듯이 열매 또한 꼭 씨앗이 되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씨앗 없는 열매가
있을 수 없고 열매 없는 씨앗도 있을 수
없다. 버스의 출발점은 곧 종점이요, 종착역
역시 시발역이다. 일의 시작은 끝을 목표로
하고 일을 끝내면 새로운 시작이 있다.
그렇다면 시작과 끝은 하나의 과정일 따름이지
단절의 의미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인(因)은
종자이며 시작이며 출발이다. 연(緣)은
환경이며 과정이며 가꿈이다. 과(果)는
결실이며 완성이며 종점이다. 뚜렷한 신심으로
(건실한 종자를 심는 시작부터) 계획에
의한 방법을 실천하며 튼튼한 떡잎을 잘
보호하고 성장과정에서부터 환경이 잘
조성되면 기대 이상의 결실을 거둘 수가
있다.
하루가
시작되는 동트는 아침의 기분, 한주를
여는 월요일의 명랑한 표정, 그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하루의 굳은 의지, 한
해의 결실을 바라보는 연초의 희망찬 계획어
밝은 미래를 향해 시작된다. 열심히 노력할
때 저녁과 주말과 월말 그리고 연말에
알찬 결과를 가져다 주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는 기쁨과 더 높은 포부를
갖을 수 있다.
자! 이제 한 해의 마무리를 지으며
지난 날을 점검해 보고 새로운 한 해의
계획을 착수할 준비를 다듬어야 한다.
돌아보자, 그리고 참(懺)으로 잘못을 찾아내고
회(悔)의 마음를 다짐하며 다시는 하루
하루를, 거듭되는 주말을, 한 달을 헤아릴
틈도 없이 연말이 찾아와 어느덧 덧없이
흘러버린 해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실패를
거듭하지 말자. 이 세상 누구도 나를 뉘우치게
할 자가 없고 아무도 나의 앞길을 보장해
줄 사람은 없다. 오직 나 자신만이 나를
책임질 뿐이다. 결국 나의 허불도 내가
찾아내고 나의 잘못도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 만약 나를 위하여 꾸짖고 채찍질을
해준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은혜로운 사람이며.
나는 참으로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게 되리라.
『육조단경(六祖檀經)』에
있는 말이다.
입에 쓴 것은
좋은 약이오. 귀에 거슬림은 반드시
충성된 말이다. 허물을 고치면 지혜가
생기고, 단점을 보호하면 마음이 어질지
못하다. 苦口的是良藥, 逆耳必是忠言
改過必生智慧. 知心內非賢
속담에도 "양약(良藥)은 입에
쓰고, 옳은 말은 귀에 거슬린다"고
하였다. 자기의 허물을 뉘우쳐 고칠 줄
아는 지혜 있는 사람은 언제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 희망적인
사람이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부처님께서 어떤 사문(汁門)에게 묻기를
"사람의 목숨이 얼 마 동안 있느냐?"고
하시니, 한 사문은 "며칠 사이에
있습니다."하고, 또 다른 사문은
"밥 먹는 사이에 있습니다"하고
또 다른 사문은 "호흡하는 사이에
있습니다."하고 대답하니 부처 님께서
앞의 두 사문은 아직 도(道)를 모른다고
하시고는 세 번째 사문에게 "너는
도를 아는구나." 하시었다. 생명이
죽고 사는 것이 호흡지간이며, 한 호흡이
멈추면 뒷 호흡이 따를 수 없어 생명은
끝나게 된다. 한 호흡 다음의 호흡도 기약할
수 없는 생명의 주인이 어찌 다른 사람의
허물까지 탓하고 비웃을 겨를이 있겠는가.
인간은 참으로 영리한 듯하지만 대단히
어리석은 동물이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생명에게 참회가 무엇이며 잘못이 있는지를
물어보라. 오직 인간만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이 세상의 멸망도 사람이 자행할
수 있으니 자기 죽을 줄 모르고 세상을
마구 더럽히고 있다. 자성(子性)이 어리석으면
중생이요 자성을 깨달으면 부처다. 자성은
곧 마음의 모든 작용을 하는 왕과 같은
것이다. 즉, 중생도 부처도 마음에 있고,
천당 극락의 아름다운 세계도 지옥의 무시무시한
고통의 세계도 오직 나의 한 마음 성품에
있는 것이다. 사고를 갖춘 모든 생물체에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기관은 사람이 사람되게
하기 위하여 (모든 동물도 나름대로 교육이
필요하듯이) 만들어진 곳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있어서 삶의 질은 교육만이 향상시킬
수 있다.
부처님의
교육은 교육 가운데에서도 심성(心性)교육으로써
마음을 깨달아 부처되게 하는 교육이요
지옥을 부수고 천당극락을 건설하는 작업장이다.
부처님께서는 연기법(緣起法)을 말씀하셨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일어날 수 없다"고
하는 연기법을 인간 스스로가 깨달으면
누구를 원망하고 어디를 보고 탓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자신의 심성이 만들어가는
것인데...
시작도 끝이요, 끝도 시작이다.
어디가 끝이며 무엇을 시작이라고 일컫겠는가?
모든 것이 이 「한 마음」의 작용이요,
한 찰나의 장난인 것을. 찰나의 시간도
이처럼 엄청난 생사(生死)를 가름하는데
어찌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한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데 작은 일이라고 소홀히
흘릴 수 있겠는가. 태어남도 시각이 아니요
죽는다고 끝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기억이 생생한 것은 마음의 본
자리는 변함이 없고, 늙고 병들어도 마음본성은
죽지 않는다. 한 방에 앉아 전등의 스윗치를
켰다껐다 해보라. 깜깜한 방과 밝은 방은
등불의 켜짐과 꺼짐에 따라 모양과 이름이
다를 뿐지 방은 변함이 없듯이,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이치가 이렇듯이
마음의 참등불을 켜는 것과 꺼진 것 중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지혜와 어리석음,
천당극락과 지옥의 괴로움도 이와 같으니
한 마음 밝게 깨쳐 즐거움의 미래를 내
손수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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